개금밀면 - '밀면'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in #muksteem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박기태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처음 올리는 '음식 에세이'입니다. 첫 에세이의 주인공은 부산 개금밀면입니다.

'밀면'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떡과 만두의 차이는 무엇인가? 쉬운 질문 같지만 은근히 쉽지 않다. 쌀로 만두피를 해도 만두는 만두고, 밀가루로 만들어 속을 듬뿍 넣어도 떡은 떡이다. 외할머니는 항상 이 차이를 '속 먹자는 만두요, 떡 먹자는 떡이다'라고 표현했다. 즉 만두의 주인공은 내용물이고, 떡의 주인공은 속 내용물이 아닌 떡 자체다.그렇다면 국수의 주인공은 면인가, 아니면 육수(국물, 양념 등)인가? 물론 조화가 중요하지만, 분명 리더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일본 '우동'을 보자. 흔히 알려진 간사이 우동, 그 중에서도 유명한 '사누키 우동'은 명백하게 면이 주인공이다. 그냥 물에 잠겨 나온 우동을 그냥 먹거나 쯔유에 찍어 먹기도 하고, 국물에 담가 먹더라도 최대한 담백한 우동면을 살리는 것이 주 목적이다. 반면 우리나라 우동광고에서 '국물이 끝내줘요' 라고 하는 걸 봐도 알수있듯, 관동식 우동의 일부와 한국식 우동에서는 국물이 주인공이다. 카레우동 등까지 넘어가면, 여기서 주인공은 토핑이 되기도 한다!

즉 한국에서는 국수요리의 주인공은 면이 아닌 육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이름 자체가 면의 재료를 언급한 면인 밀면의 주인공은 누구이고, 누가 되어야 할까?


개금밀면, 수준급의 면과 평이한 육수

개금밀면을 처음 맛본 감상은 실망이었다. 냉면집 등에 가면 국수를 먹기 전에 우선 육수를 들이키곤 하는데, 그 육수가 그냥 그랬다. 국물은 들척지근하고, 닭육수 냄새가 나는데 닭뼈와 닭발로 우려낸 깔끔한 육수가 아니라 고기와 껍데기를 다 집어넣고 삶은 육수 같았다. (닭육수를 낼 때 반드시 빼야 하는 꼬리 부분의 지방 냄새가 많이 났다) 양념은 큰 풍미 없이 맵기만 했고, 조미료 맛도 거슬렸다.

다만 면은 참 재미있었다. 아주 살짝 덜 삶긴게 아닌가 싶은 밀가루면이 쫄깃한 것이 일반적인 밀가루 소면과는 질감이 아주 달랐다. 함흥냉면과 비슷한 느낌인데 질기지 않다고 해야 하나. 매끄덩하고 쫄깃한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고 재미있었다.

매콤하고 달달한 육수에 잠긴 면을 후룩후룩 마셔 이빨로 끊은 뒤에, 따스한 육수를 마시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여전히 들척지근한 맛은 입에 남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근사했다.


개금밀면, 균형 없음의 균형이 매혹적인 '면 요리'

개금밀면은 면이 주인공인 음식이다. 그런 주제에 조연인 국물은 주장이 참 강하고, 주연인 면은 밀가루로 만들어, 메밀 등과 달리 향기 따위는 없다. 그런데도 그런 세력들이 서로 뚜드려박고 싸우면서도 묘한 균형이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어쩌면 경남 사람들, 부산 사람들의 성격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고, 같은 맥락에서 평양냉면보다는 함흥냉면과 (조금이나마)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평양냉면이 주는 감동이나 함흥냉면이 주는 자극은 없지만, 재미있고 특이한 면이다.

육수가 그저 그렇고 면이 맛있고 재미있는 특성을 생각해 볼 때, 비빔밀면이 더 맛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애초에 함흥냉면(녹말국수, 농마국수)도 물냉면보다는 비빔냉면, 회냉면이 월등하게 맛있듯이. 다음에 방문하면 꼭 비빔밀면을 시도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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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ㅎㅎ 개금밀면집 주소는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171-34 입니다!

감사합니다! @먹스팀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171-34

ㅎㅎㅎ 제가 감사드립니다!!

👨 미식가시군요. 맛 표현을 잘 하십니다~
덕분에 오늘은 밀면이 당기는 날입니다.

ㅎㅎㅎ 과찬이십니다 바비마리님! 부산까지 가서 먹을수도 없고 말입니다.ㅎㅎ

앗... 저는 여기 육수도 맛있던데~ ㅠㅠ
매콤달콤 한 맛을 좋아 해서 그런가 봅니다~ ㅎ

네 아무래도 제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저는 함흥냉면집 가서 절대 물냉면 안먹고,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음식은 평양냉면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ㅎㅎ

아 결국 아무튼 맛잇어 보인다라는.ㅎ
비빔밀변도 시도해보시고 이야기 들려주세요.ㅎ

감사합니다 팁투요님.ㅎㅎ 부산에 언제쯤 갈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걸 보고 오늘의 점심을 밀면으로 정했습니다.

오 부산 거주자 분이십니까!! 부럽습니다.ㅠ

안타깝게도 경기도 거주자입니다ㅎㅎ 부산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밀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오 경기도에도 훌륭한 밀면집이 있는 것입니까, 알려주십시오!!!

밥은 서울에서 먹었습니다! 방이동에 황산냉면이요ㅎㅎ 마침 딱 그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요. 부산밀면을 안 먹어봐서 그에 비해 맛이 얼마나 차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기준에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설연휴 부산에 갔었는데 밀면을 못 먹고 온 것이 후회되는군요..

부산에는 밀면 말고도 맛있는 것들이 많잖아요.ㅎㅎ 돈워리 비해피!

오 맛 표현에 내공이 느껴집니다... 부산에 그렇게 많이 갔는데 정작 밀면은 못 먹어봤네요. 최백호옹의 부산에 가면이나 들어야겠어요.

ㅎㅎㅎ 밀면의 면발 맛이 재미있습니다. 춘하추동, 가야, 개금, 초량, 국제 정도가 네임드 밀면집인 것 같은데, 어차피 육수 맛은 거기서 거기로 달큰하고(춘하추동은 한약냄새가 나서 좀 다릅니다만...) 면은 다들 특색있어서 먹어볼 만 한 음식인 것 같습니다.

캬 지난 여름 휴가 때 갔던 곳이군요. 배가 부른데도 한사발이 호로록 넘어갔더랬지요. 제 요리사 친구는 누들은 항상 면이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했죠. 서울에서 우동집은 합정 교다이야, 스파게티집은 계동 로씨니에 가 보시면 면이 주인공인 요리들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오 둘다 가보지 못한 가게들입니다. 소개 감사드립니다! 저도 면이 주인공인 요리들을 참 좋아합니다만 괜찮다는 우동집들도 면이 너무 익어 있거나 불어 있는 경우들이 참 많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ㅠ

재밌는 개금밀면 이야기네요!!
저도 부산 가면 가성비 뛰어난 부산 비빔 밀면을 자주 먹어요!!!
역시 변호사님답게 비교분석 참 잘 하셨습니다 🤡🎶😚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몇년전 모든 가게를 닫았지만 소문난밀면면집도 맛있었습니다. 쑥밀면이었지요.

소설에 먹스팀까지 섭렵하시는 겁니까? 능력자십니다!!!! ㅎㅎㅎㅎㅎ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존버앤캘리 이번편은 왠지 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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