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계에서는 '사적 다큐멘터리' 라는 말을 비평용어로 많이 사용한다. 나는 영알못이라 단어의 어원이나 역사는 모른다. 그러나 쓰임새를 보면 대략 각이 나온다. 국가보안법, 노동자의 투쟁, 재개발, 철거민, 환경파괴, 젠더 등과 같이 정치-사회적 이슈를 대놓고 고발하는 서사가 아닌, 개인의 일상과 신변잡기를 다루면 '사적' 다큐멘터리라고 일컬어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어감상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보다는 중요하지 않다는 뉘앙스가 은근히 풍기고 나는 이것이 불편하다. 개인적인 것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것이지 않나. 한 작품을 '사적 다큐멘터리'라고 명명한다는 것은 그 이면에 "그 작품은 공적이진 않아" 라는 태도가 자동적으로 깔리기 때문에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뭐 일견 이해는 간다. 한국 다큐멘터리계의 조상님 격인 김동원 감독의 <송환>이나 <상계동 올림픽>으로 이 장르 자체가 등장했고,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각종 뉴스들을 오랜기간 독립 영화인들이 취재하고 고발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건 시민의 의무감으로 꼭 봐줘야 해!" 라는 고발 다큐멘터리가 이 판에서 중심축을 이뤄왔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공적' 장소에 가서 카메라를 들지 않고, 그냥 방이나 아무 길에서 찍기를 좋아하고 유튜버들처럼 혼자 말하기를 좋아하는 다큐멘터리가 부쩍 늘지 않았나. 이런 종류의 작품을 종전의 작품과 분리해야할 필요가 보이는데.. 후자 쪽은 '사적' 다큐로 칭하면 어떨까 - 라는 의식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하는 나의 뇌피셜 추론이다.
그러나 이제와사 한 장르를 '공적', '사적'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사실 우습다. 다른 어느 분야에서 이렇게 나누는가? 공적 음악 혹은 사적 음악이라고 들어봤는가? 공적 무용과 사적 무용이라는 말은 있는가? 아, 이번에 제가 사적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라고 요즘 누가 말하는가. 폐기해도 좋겠다싶은 그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나이브함을 느낀다. 굳이 써야한다면, '공사적' 다큐멘터리 아니면 '사공적 다큐멘터리'라고 칭하면 어떨까. 에이 이것도 구리다.
사적 공적 다큐멘터리 하는 군요 몰랐습니다 ㅠㅠ
네 사실 이런 말들도 다.. 이 좁은 판 안에서만 쓰는 말이긴 해요. ㅎㅎ
다큐멘터리에도 공, 사의 ‘차별’인지, ‘등급’인지 그런 게 있다는 얘기네요?
처음 듣기는 하지만 왠지 좀 껄끄러운 기분이 듭니다.
등급까진 아닌데 공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를 따로 나눈다는 것이 좀 껄끄럽긴 합니다..
다큐멘터리를 그렇게도 분류하는군요.
저는 그냥 자연다큐 역사다큐 뭐 그런 장르로만 구분하는줄 알았습니다
네 그렇게 건조하게 구분했으면 좋겠어요. 복잡한 층위의 작품들을 몇가지 개념어로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는 하는것 같아요.
처음 알았네요
방송다큐 독립다큐 뭐 이렇게도 나누기도 하고.. 뭐 그렇더라구요.
개인적인 게 공적인 거죠. 두부 자르듯 딱 떨어지는게 얼마나 되겠어요.
맞아요. 그리고 당사자가 "이건 사적인데요" 라고 말하는 것과, 제3자가 "그건 사적이야" 라고 말하는 것은 천지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