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글은 영화 '밀양'을 본 후 작성한, 개인적 견해가 담긴 에세이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스틸 컷을 찾기 위해 밀양을 검색했는데
낮은 평점에 놀랐고
영화정보 속 줄거리에 ‘종교’ 이야기가 한마디도 없어서 또 한 번 놀랐다.
기분 나쁜 놀라움이었다.
왠지 이 영화는 말을 아끼고 바로 시작하고 싶다.
참. 왠지 시작하기 전에 말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무교다.
더덕이의 영화에세이,
오늘 말하고 싶은 영화는
개인적으로 참 ‘가만히 보고 있기 힘든 영화’ [밀양] 이다
#01.
얄궂게도, 우리는 때때로 불가항력의 사건들과 만난다.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찝찝함을 견디고 가만히 흐름에 맡긴 채 따라갈 수 있는 사람. 흔치 않다.
마주할 때의 무서움, 원망, 분노, 무기력함 등 여러 감정들.
설령 신이라도, 마주하기 힘들 것이다.
밀양에 사는 신애라는 여자는 그 방식으로 종교를 택했다.
그녀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버티지 못할 아픔들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종교를 골랐다.
전까지 종교를 전혀 믿지 않았던 생각이 흔들릴 만큼, 힘들고 아팠던 것이다.
그녀의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무수한 현실적 논리들을 뛰어넘어 종교로 뛰어드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02.
종교를 믿는다고 하면서,
그것의 교리와 그것을 믿는 사람들의 행동이 다른 모순적인 사건들을 목격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와 비슷하게, 또는 여타의 이유들로 혹자는 ‘개’독교라며 비판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정치적 목적이나 사회적 기능을 위해 일부러 교회에 나가 인맥을 만드는 모습도 존재한다.
그리고 필자는 그들의 행동들이 나름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냥 부정적인 느낌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종교가 가진 순기능에 빗대어 볼 때 종교라는 방식. 썩 괜찮은 수단이다.
그것을 오해석하는 사람들과는 별개로,
가히 성인이라 불리던 사람들과 칭송받을 만한 언행들은 타인을 감화시킬 만하다.
멋지다 못해 성스러운 교리들은 마음 한 곳에 새길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사람이, 그 방식을 적용할 때 발생한다.
#03.
영화의 경우처럼 상대도 종교를 사용한 것이다.
자신의 복수심을 겨우겨우 종교로 승화하고 있던 신애는 가해자를 만나 용서하려고 했으나 이미 그는 용서를 받았단다.
신에게서 구원을 받았단다.
무언가 이상하다.
‘이미 용서를 받았다는데 내가 어떻게 용서를 해요?’라고 말하는 신애.
그녀는 결국 미쳐버린다.
#04.
용서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것에서 나아가 자신을 구원해줄 것이라 믿은 종교가 가해자마저 구원해버린 상황.
그녀는 자해하며 신을 원망한다.
그녀의 선택은, 그 노력들은 실패했다.
단순히 종교의 한계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이라도 우리는 실패할 수 있고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영화는 잔인할 만큼, 그 모든 상황을 가만히 보여주고 있다.
#05.
어떤 이는 신애처럼 종교에 기대어 버틴다.
어떤 이는 최대한 빨리 잊어버리려 노력하고 다른 일에 집중한다.
하지만 방식이 어떻든지 간에, 결국 언젠가 때가 되면 스스로 마주해야 한다.
신마저도, 공감하거나 해결해줄 순 없다.
그저 누군가 자신의 아픔과 상황을 이해해주길 바랄 뿐이다.
문득 그들이 착각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해자는 용서받았다고, 신애는 신이 그를 용서해줬다고 착각했던 것은 아닐까?
사실 신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그들은 스스로 마주해야 할 그 모든 것들을 신에게 맡겨버린 것은 아닐까.
#06.
무서운 말이지만, 신은 그렇다고 한 적이 없다.
밀양 (Secret Sunshine, 2007)
드라마
한국 141분
감독 - 이창동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밀양 속 스틸컷)
저도 밀양 정말 감명 깊게 봤습니다. ^^ 이창동 감독 영화 대부분 좋아하고요 ㅎㅎ글 잘 읽었습니다
이창동 감독님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대체로 영화 속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저도 좋아하는 감독님입니다^^
더덕님 잘봤습니다. 글을 정말 잘쓰시네요.
부족한 글솜씨지만 조금씩 노력하면서 제 나름의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봤던 영화라 당시에는 썩 와닿지 않던 영화였는데, 요즘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팅하고갑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더 와닿았던 영화입니다 : )
영화도 책처럼 시간이 흐르고 다시 보면 느끼는 점이 다르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언제 시간 나시면 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렇게 영화를 두번 보게 되는군요 ^^ 글도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기대 많이 하겠슶니다. 팔로우도 맺고 갑니다.
영화를 두 번 보셨다는 표현이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팔로우 했습니다! 함께 소통의 장으로... ㅎㅎ
밀양 영화는 안봤지만 참 어려운 주제인 것 같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을 때 구원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 것인가... 어렵네요 ㅠㅠ 글 잘 읽었습니다 :)
피해자 가해자... 더불어 종교까지 섞여있으니.. 이 영화는 참 묵직합니다...
빔바님 여행기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 )
이 영화-두번 이상 봤습니다. 추천도 많이 했고요. 뭔가 내면의 썩은 기둥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지요. 오랫만에 리뷰를 대하니 그저 따스하네요.^^
따스하다고 말씀해주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미흡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