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E] 우리에게는 오직 하나의 계절, 슬픔의 계절만이 존재한다. 해와 달마저 빼앗겨버린 듯 하다. 바깥의 하루는 푸르거나 황금빛일 수 있지만, 쇠창살이 달린 작고 두꺼운 창문 아래 앉아 있는 이들에게 스미는 빛은 잿빛이며 그마저도 인색하다. 누군가의 감방은 언제나 해 질 녘이다. 누군가의 마음이 언제나 해 질 녘인 것처럼. 시간의 영역뿐만 아니라 생각의 영역도 정지되어 있다. 당신이 개인적으로 오래 전 잊었거나 혹은 쉽게 잊어버릴 수 있던 일들이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으며, 내일도 일어날 것이다. 이를 기억한다면, 내가 왜 편지를 쓰고 있는지, 왜 이런 식으로 쓰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