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업비트를 사전자기록위조,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업비트는 여기에 대해 반박 자료를 내놨습니다. 꽤 여러 보도와 해설이 있었는데요. 제가 좀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써봤습니다.
연합뉴스 보도 - 업비트, 1천500억대 비트코인 판매 사기 혐의 기소
업비트 입장 - 검찰 발표에 대한 업비트의 입장을 말씀드립니다.
일단 많은 용어들이 등장합니다. 검찰은 가장매매, 허수주문이란 용어를 쓰고, 업비트는 같은 행위를 자전거래와 유동성공급이란 표현을 쓰죠. 다른 표현에서부터 시각차가 드러납니다. 일단 이 용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살펴보면 업비트가 무엇을 인정했는지, 무엇을 반박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가장매매(검찰), 자전거래(업비트)란 무엇인가
만일 스팀이란 암호화폐가 업비트에서 거래가 되려면 누군가는 스팀을 업비트에 송금한 뒤 매도주문을 내야하고, 누군가는 원화를 업비트에 보낸 뒤 매수주문을 내야 합니다. 매도 주문가격(호가)과 매수 호가가 같으면 거래가 체결되죠.
암호화폐 열풍 초기에 거래소들은 어디나 매도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신생 거래소들은 거래가 잘 체결되지 않는 곳이란 인상을 받기가 쉬웠죠. 이때 쉽게 빠지는 유혹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는 거래를 거래소가 임의로 체결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검찰은 '가장매매', 거래소는 '자전거래'라고 하죠.
그럼 가장매매·자전거래는 어떻게 이뤄질까요. 시트코인이란 것이 있다고 가정하면서 얘기를 풀어볼게요. 철수가 개당 22만원에 시트코인을 5개 사려고 110만원을 매수호가에 걸어놓으면 실제로 시트코인을 보유한 사람과 거래가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가 같은 가격에 매도호가를 내면서 거래가 체결되는거죠. 그리고 거래소에 표시된 철수의 지갑에 시트코인 5개가 있다고 표시됩니다. 그러면 철수가 시트코인을 인출하려 하거나, 아니면 매도하려고 하면 거래소는 어떡할까요. 거래소는 철수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거래를 하는 곳이니, 다른 경로로 시트코인을 확보해서 인출이나 매도에 다시 대응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한동안 거래소가 특정 암호화폐를 인출하지 못하게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거래소를 의심한 겁니다. 그 거래소에서 거래된 만큼 암호화폐를 가지고 있는지를요.
허수주문(검찰)과 유동성공급(업비트)은 무엇인가
이 용어들은 가장매매·자전거래를 얘기하면서 설명이 좀 됐는데요. 철수가 시트코인 5개 살 때 거래소가 있지도 않은 시트코인을 판다고 낸 매도호가를 검찰은 허수주문, 거래소는 유동성공급이라고 본 것입니다.
자전거래가 이렇게 거래소가 거래 상대방의 매수 매도 주문을 받는 형태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거래소 스스로 같은 매수가격과 매도가격을 내서 거래를 체결할 수도 있죠. 이 경우엔 자전거래지만, 거래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는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자전거래가 거래 상대방을 속이는 형태로 했는지, 스스로 거래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했는지는 기사에서 잘 설명이 되어있진 않은데요.
유동성 공급이란 표현이 오해를 더 양산한 측면도 있습니다. 유동성(liquidity) 공급이란 말 그대로 돈이 흐르도록 촉진제를 넣는다는 의미인데요. 주식시장에서도 증권회사들이 매수 매도의 호가 차이가 커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 그 사이에 매수매도 호가를 넣어서 거래를 촉진시키기도 합니다. 이른바 자본시장의 유동성 공급자(LP)이죠. 어떻게 보면 이것도 허수거래처럼 보여질 수도 있는데요. 이런 거래가 가장매매가 되지 않도록 엄격한 절차를 거치고, 감독을 받습니다. 2006년도에 주식시장에 도입된 유동성 공급자는 금융당국에 승인을 얻은 소수의 증권사만이 참여하고, 호가 주문을 넣는 주권의 법인과 증권사가 사전에 계약을 맺은 뒤에 진행합니다. 또한 엄격히 분리된 법인 계좌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그 계좌는 따로 관리 감독을 받죠. 따라서 이번 사건을 주식시장의 유동성 공급자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앞서서 자전거래를 하는 이유로 1) 암호화폐를 확보하기 위해 시세를 높게 유지하고, 2) 거래가 잘 되는 거래소란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주기 위해서라고 했는데요.
이번 사건을 보니, 제가 이전에 스팀잇에 쓴 글이 생각나네요.
주말에 글 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네요. 아직 더 쓸 내용들이 남아 해설 (2)편에서 이어서 쓰겠습니다.
쉽게 설명을 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이해가 잘되게 설명 고마워요.ㅎㅎ
넵 팔뤄했어요 ㅎ
공공연한 비밀이였지 않나요.
작년 11~12월 달 보면 가상화폐 채팅방에서 이것들 거래 매크로 제대로 안짰네! 그런 소리들이 참 많았죠.
가상화폐 한종목씩 작위적으로 거래되는 형태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이 가상화폐는 프로그램 잘 짰네 저건 제대로 매크로 못돌리네 하면서 우스개 소리로 말들이 많았죠.
진짜 이 가상화폐 운전하는 애 운전 못한가 그래서 개미들 따라 붙겠냐 하면서 우수개 소리가 참 많았는데 ...
너무 거래가 작위적이였었죠.
대표적으로 대동여지도 사건! 폭주!
면밀히 들여다 보는 분들에겐 다 보였던 부분이군요. 저도 여기저기서 얘기를 듣긴 했는데요. 팩트를 확인하긴 쉽진 않더라구요. 미리 경고음을 내지 못했던 게 아쉽네요..
이게.. 말하기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데.. 어쨋든 이걸루 장난이나 사기가 가능하니.....
그걸로 부당 이득을 엄청 챙길수 있다는건 누가 봐도 알 것 같네요
네 그래요. 아무리 좋은 취지의 자전거래라고 해도, 이걸로 장난이나 사기가 가능하니깐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충분한거죠.
흥미롭네요, 2편 기다리겠습니다.
월요일이 되니 좀 게을러졌는데, 쓰긴 해야겠네요ㅋ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