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찻집 화가 story] 고흐-유일하게 팔린 작품-붉은 포도밭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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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는 주머니 속에 있는 고흐의 손을 잡고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길을 걸었다.

황진이: 빈센트!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가 있다면 누구에요? 나 빼고. 고갱?

고흐는 말없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진이는 가장 소중한 친구가 어떤 친구라고 생각하오?"

황진이: 나를 가장 많이 도와준 친구? 아! 당신의 동생 테오?

고흐는 정색을 하고 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테오는 동생이지 친구는 아니오. 그녀석은 나만 평생 도운 바보 멍청이였어!
스스로 화가가 되는 길을 끝내 포기했지. 내가 그렇게 권했건만..."

황진이: 그럼 도대체 또 누구? 당신은 지겹게 친구 없이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고흐: 86년이던가? 파리에 도착한 나는 코르몽의 화실에 들렀는데 거기서 이 친구를 만났지.
나보다 열한살 연하였지만 이 친구는 날 인정했어. 그후로는 그의 화실에 자주 찾아갔지.
그가 나를 이렇게 그려줬다오.

고흐(로트렉그림).jpg

황진이: 앗! 이 붓터치는 본적이 있는데? 누구더라...우리 찻집에도 왔던 화가라구요!

로트렉초상.jpg

고흐: 바로 이 친구요. 툴르즈! 툴르즈 로트렉! 찻집 쥔장이 매우 좋아했다더군.
내가 그의 화실에 가면 이미 여러 화가들이 각자의 그림을 갖다놓고 품평도 하고 논쟁도 하며 떠들썩 했는데...
알다시피 난 사교성도 없고해서 한쪽 구석에 내 그림을 갖다놓고 누군가 봐주길 기다렸다오.
그리고 모임이 파할 때 난 쓸쓸히 돌아서 나오곤 했지.
그런 가운데 그래도 로트렉은 날 좋아했어. 그 친구는 난장이요.
신체적 장애가 있고 난 정신적 장애가 있다는 점에서 서로를 공감해준걸까?

황진이: 툴르즈는 대단히 앞서 간 화가라고 쥔장이 추켜세워주더라구요.
그는 보는 눈이 남달랐을거에요.

고흐: 벨기에 브리쉘에서 그와 재회했을때 얼마나 반가웠는지..전위적 화가들의 모임인 [20인그룹] 정기전에 내가 초대받은건 분명 그 친구의 강력한 추천이었을게요.
난 그 전시를 잊을 수 없어요! 난 생전 처음으로......오! 신이여! 작품을 팔았소!
내 처음이자 마지막 팔린 작품! 400프랑이나 받았다오. 거금이었지 내겐...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아오? 돈 문제가 아니야.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내 작품의 진가를 인정해준거요! 바로 이 작품-붉은 포도밭!!!

고흐붉은 포도밭.jpg

이봐요 진이! 난 이 작품을 실제로 가서 그린게 아니라오. 기억으로 그렸소!
보고 그리는것보단 기억에 내 상상을 닷붙여 그릴 때 예술적인 맛이 들어가게 되지!

그 작품을 이야기- 그게 팔렸을 때 테오의 편지를 이야기- 팔린 후에 어머니한테 그 소식을 알리며 앞으로의 포부를 알린 이야기...고흐는 처음으로 상장을 받은 아이처럼 신나서 떠들며 춤추듯이 길을 걸었다.

두 걸음 뒤에서 황진이는 따라가며 쥔장이 일전에 해준 말을 기억했다.

'고흐 그 친구의 유일하게 팔린 작품? 그거 옛 친구인 안나보쉬라는 여자화가가 사준거야.
동생 테오가 형을 기쁘게 해주려고 자기 돈으로 그녀를 통해 사줬다는 말도 있는데...
뭐 그게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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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가 물심양면 도와줬구나.....

정말 쉽지않은 형제의 도타움이었죠.
고추참치님 그런 동생 있어요? 아니면 그런 동생인가요?
전 막내인데 전혀 그런 동생이 아니거든요.^^

전.....형제가 없습니다. ㅠㅠ

우리 착한 테오ㅠㅠ
반만 닮아야겠습니다

네! 동감, 저도요.^^

왜 살아생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까요... 누군가 자신의 그림을 좋아하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행복해하는 고흐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모를 우울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지네요.

아이러니하지만...그의 작품이 거의 안팔리고 그대로 모여있었기에 사후에 고흐박물관이 생기는게 가능했답니다. 애효...ㅠㅠ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

수고많으셔요 오치님!^^ 오늘 바람이 많이 부네요.

기억으로 그린 그림이란게 놀라운 작품이네요.

그게 잘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더군요.
보고 그릴 때는 너무 드러난 것에 집착하게 되요. 그래서 내 사유와 영혼이 개입된 자리가 좁아지죠.
사람을 생각할 때도 마찬가지인듯 해요.

오 이런 뒷이야기가 그림들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거 같아요.
그림을 즐기지 않았던 저로썬 뒷이야기가 더 재미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