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관련된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깊이 있게 들어가거나 하지 않고 몇몇 작품을 간단하게 함께 읽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안녕하세요. @hangeul입니다. 오늘은
수 많은 문학 작품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고전 시가 중에서 '사설 시조' 몇 편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읽어 보겠습니다. 우선 사설 시조에 대해 알아봐야겠네요.
사설시조란 '시조의 초장, 중장, 종장 중 어느 한 장이나 2장 또는 3장 전체가 4음보보다 길어져 파격을 이룬 시조'를 의미합니다. 주로 중인 이하의 계층이 창작했고, 특히 일반 백성들도 창작하고 향유한 대중적 문학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양반 사대부들이 창작했던 평시조와는 달리 사설시조에는 중인 이하 계층의 독특한 발상과 표현, 생생한 목소리, 정서 등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날 조선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이 남긴 사설 시조는 인간 정서의 보편성을 느끼게 하며 공감을 이끌어 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문학 시간이 아니므로 작품을 함께 읽어보고 그 참신한 표현과 보편적 정서에 주목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니 부담없이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첫 번째 작품부터 읽어보시겠습니다.
가슴에 구멍을 둥시렇게 뚫고
왼새끼를 눈 길게 너슷너슷 꼬아 그 구멍에 그 새끼 넣고 두 놈이 두 끝 마주 잡아 이리로 훌근 저리로 훌적 훌근 훌적 할 적에 나남즉 남대되 그는 아모쪼록 견디려니와
아마도 님 외오 살라 하면 그는 그리 못하리라
가슴에 구멍을 둥글게 뚫고 새끼줄을 꼬아 그 구멍에 넣고 두 사람이 그 끝을 마주 잡아 톱질을 하듯 왔다갔다 하더라도 그것은 아무쪼록 견디겠지만 님과 떨어져 살라고 하면 그렇게는 못할 거라고 하고 있군요.
흔히 조선 시대라고 하면 남녀 간의 사랑도 지금과 다르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시, 공간을 초월하여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하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나 봅니다. 어떠한 고통이 오더라도 님과 떨어져 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그 마음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와 닿고 있으니까요.
다음으로 두 번째 작품입니다. 두 번째 작품은 '성'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당시 사람들의 솔직한 정서의 표현으로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반 여든에 첫 계집을 하니 어렷두렷 우벅주벅 주글 뻔 살 뻔 하다가
와당탕 들이달아 이리저리 하니 노도령의 마음 홍글항글
진실로 이 자미 아돗던들 길 적부터 할랏다
처음으로 성을 경험한 노도령의 마음을 표현한 네 글자가 참으로 재미난 사설시조입니다. 노도령의 마음 '홍글항글' 참으로 절묘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재미를 예전부터 알 수 있었다면 '기어다닐 적부터 하렷다'라는 표현도 참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역사에서는 백성들의 목소리를 잘 기록해 주지 않습니다. 그들의 삶이 어땠는지, 어떤 사건을 겪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기록되더라도 어디까지나 지배층의 시각에서 서술되기 마련이죠. 하지만 우리는 사설시조에서 한 노도령의 목소리를 이렇게 생생하고 재미있는 표현으로 들어 볼 수 있습니다. 몇 백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서 말이죠.
계속해서 세 번째 사설시조입니다.
어젯밤도 혼자 곱송그려 새우잠 자고 지난밤도 혼자 곱송그려 새우잠 자네
어인 놈의 팔자인데 주야장상 곱송그려 새우잠만 자노
오늘은 그리던 님 만나 발을 펴 벌리고 찬찬 휘감아 잘까 하노라
세 번째 시조도 두 번째 시조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시조는 어느 노도령의 외로움과 바람을 드러낸 시조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표현들이 재미있습니다.
'혼자 곱송그려 새우잠 자네'라는 말에서 긴 밤 내내 외로움에 사무쳐 혼자 웅크리고 잠을 자는 노도령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나요? 그리고 그리던 님을 만나게 되면 '발을 펴 벌리고 찬찬 휘감아 잘까 하노라'라는 말을 통해 그리던 님을 만나 헤어지고 싶지 않은 바람과 그 간절함이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또한 전체적으로 '곱송그림 --> 펴 벌림 --> 휘감음'으로 이어지는 동작의 역동성이 백성들의 솔직한 정서를 더욱 역동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네 번째 사설시조입니다.
어이려뇨 어이려뇨 시어머님아 어이려뇨
소대남진의 밥을 담다가 놋주걱 자루를 부러뜨렸으니 이를 어이하려뇨 시어머님아 저 아기 하 걱정 말아스라
우리도 젊었을 제 많이 겪어보았노라
네 번째 작품은 어느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짧은 대화 장면이 연상되는군요. 며느리는 '남편의 밥을 담다가 놋주걱 자루를 부러뜨렸으니 이를 어찌하겠습니까'라고 당혹스러움과 놀람 걱정을 담아 시어머님께 말을 합니다.
우리가 조선 시대를 생각하면 '모진 시집살이'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았나 봅니다. 실수를 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걱정하는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가야 많이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도 젊었을 때 많이 격어보았노라.'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문학 작품에서는 주로 '고된 시집살이의 한탄, 모진 시집살이에 대한 비판' 등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을 많이 다루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자칫 그릇된 선입견을 심어 줄 수 있으므로 저는 추가적으로 이 작품을 학생들에게 간단하게 소개해 줍니다.
지금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고부 갈등을 겪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듯이 조선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므로 반드시 모진 시집살이를 했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사설시조 또한, 조선인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했음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사설시조에 개념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고 네 작품을 함께 쭉 읽어 보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조선인의 생생한 목소리와 정서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tata1님의 작품입니다. 고맙습니다.
시조는 참 오랫만에 접하게 되네요. 시보다 더 함축적이여서 그 당시는 참 어려웠지만 그래도 읽어보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ㅋㅋ 어렵게 느끼시지 않도록 최대한 재밌는 시조들을 소개해보았어요.
요즘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휴식 기간 동안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머리도 식히셨음 좋겠어요.ㅋㅋ 스트레스 확 푸시고 더 멋진 주노쌤이 되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크으 시조를 이렇게 보니 좋네요
시를 느끼고 싶고 즐기고 싶은데, 학교에서 가르침
받은 시면 뭔가 기분이 안 좋아서 거리낌을 갖는데, 이렇게 보니 자연스레 즐길 수 있어 좋네요 :)
고맙습니다아!!!
재밌게 읽어주시니 제가 다 기쁘네요. 저도 최대한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도록 해보았습니다.ㅋㅋ
고맙습니다 : D
한글님이 계셔서
스팀잇에서 시조를 감상합니다.
해설까지 곁들여 주시니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스팀잇에서 jjy님의 좋은 시와 사진 에세이를 약소한 보팅만으로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와 이거 너무 좋아요. 이해하기 어려워서 두번 읽고, 세번 읽고, 그래도 이해 안되면 해설 보고 읽으니 맛이 착착 감기네요. 이런거 자주 올려 주세요. 주제도 비교하면서요. ^^ 잘 보고 갑이다.
지금은 쓰지 않는 단어나 표현들이 있어서 살짝 이해하기 어려우셨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reo01님처럼 반복해서 읽어보시고 그 맛을 충분히 느끼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접해보지못했던 시조입니다
덕분에 잼나게 잘 읽었어요 ^^
재미있으셨다니 기분이 좋네요ㅋㅋ 다음에도 사설시조 뿐만이 아니라 다른 쉽고 재밌는 작품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시조를 알려주시니 참 좋습니다. 해석 없이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는 게 신기하네요. 물론 해석을 읽어야 뜻이 명확해지는 단어들도 많지만요. 잘 읽고 갑니다. :)
지금은 쓰지 않은 단어나 표현들이 있어서 관련 해설을 추가하려고 하다가 간략한 해설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단어나 표현의 의미를 명확히 알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설시조에 나타나는 조선인의 정서와 목소리에 더욱 주목해 주시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도 부담없이 즐기실 수 있는 작품을 골라 글을 쓰되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시고 좋은 의견을 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