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평 16]돈 좀 굴려봅시다 - 홍춘욱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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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평'은 '독후감 사이 서평'의 준말입니다.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인 홍춘욱 박사가 2012년에 쓴 책으로 한국형 '탑다운 투자 전략'에 대해 매우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탑다운 투자는 개별 투자대상을 집중분석하는 바텀업 투자와 반대로 큰 투자범위부터 잡은 뒤 위에서부터 투자대상을 고르는 것이다. 저자는 탑다운 방식을 더 추천하는 이유로 1) 심리적으로 덜 고통스러우며 2) 회계를 덜 파도 되고 3) 한국에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든다.

그러면 저자가 투자 대상 국가를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우선적으로 출산율이 1인당 세 명 미만이어야 한다. 세 명을 넘으면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가 약하고, 생산성 증가 속도보다 인구 증가 속도가 빨라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유아사망률이 낮아지고 여성 교육수준이 높아(문맹률 감소)지며, 생산가능인구가 증가세에 있는 젊은 국가일수록 좋다. 한편 1인당 GDP가 2만 달러 이상인 선진국은 한국 주식과 분산 효과가 낮기 때문에, 1인당 GDP 2만 달러 이하인 개발도상국을 추천하고 있다.


Fertility - Total Fertility - 1인당 출산율
Mortality - Under-five Mortality -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

생산가능인구

1인당 GDPhttps://esa.un.org/unpd/wpp/DataQuery/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SP.POP.1564.TO.ZS?end=2016&name_desc=false&start=1960&view=chart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NY.GDP.PCAP.CD

저자는 홈페이지 스크린샷까지 첨부해서 지표와 통계를 찾는 법을 알려준다. 다만 2012년 책이다보니 홈페이지 구성이 바뀐 경우가 있어서, 여기 있는 링크 중에는 직접 찾은 것도 있다. 그리고 매 장마다 투자 알고리즘 흐름표를 그려 본문 내용을 정리해놨다.

또 인상적인 점은 본문+그래프로도 모자라 그래프에 말풍선으로 설명을 덧붙였다는 것이다. 그래프를 대충 보는 습관이 있는 내 입장에서는 특히 고마운 배려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투자를 하려면 국내외 경기가 확장 국면인지 침체 국면인지 알아봐야 하는데 저자는 참조할 만한 지표를 여럿 알려준다. 먼저 물가와 환율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물가나 환율이 너무 오르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물가와 관련한 지표는 소비자물가지수와 공장 가동률을 참고할 수 있다. 공장가동률은 물가상승을 이끄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 환율은 화폐의 구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실질실효환율'을 추천하며, 원화가 저평가되었을수록(실질실효환율이 낮을수록) 경상수지흑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7.4.2 소비자 물가지수(전국, 특수분류) -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
*가격변동이 심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제조업 평균 가동률(공장 가동률)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Monthly data: Broad indices comprising 61 economies, with data from 1994http://ecos.bok.or.kr/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052 https://www.bis.org/statistics/eer.htm?m=6%7C381%7C676

하지만 한국 경제지표만 봐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이른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해외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기 때문이다. 채찍을 든 손을 몇 센티미터만 움직여도 채찍 끝은 몇 미터나 움직이는 것처럼,("채찍효과") 선진국 경기변동에 따라 한국 경제는 춤을 춘다. 선진국 경기변동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OECD 경기선행지수와 ISM 제조업신규주문지수가 필요하다. OECD 지수가 상승하면 약 3개월 후, ISM 지수가 상승(50 이상에서)하면 약 6개월 후 미국 가계 소비와 한국 수출이 증가한다고 저자는 알려준다.


OECD 경기선행지수 (비중이 큰 미국을 따로 보는 것 추천)

ISM 제조업신규주문지수
*ISM 홈페이지에서 historical data를 보려면 유료구독을 해야 함https://data.oecd.org/leadind/composite-leading-indicator-cli.htm https://kr.investing.com/economic-calendar/ism-manufacturing-pmi-173

이제 실제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볼 때다. 이 때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자산 배분'이 우선이라는 점이다. 즉, 어느 국가의 어느 종류의 자산에 투자할지가 개별 종목 선정이나 매매 타이밍보다 훨씬 중요하다. 투자를 할 때는 장기투자를 해야 하며, 서로 변화방향이 달라 위험 분산 효과가 있는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아파트와 미국 주식은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 분산투자 대상으로 적합하다.


저자 블로그 - '돈 좀 굴려봅시다' 카테고리를 보면 분산투자에 대한 2017년말, 2018년 초 자료를 볼 수 있다.https://blog.naver.com/hong8706/221156047598

자산 배분을 강조하는 저자지만 경기변동에 따라 매매나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법도 알려준다. 참고하는 지표의 예를 들면 OECD 경기선행지수 방향, 자산가격의 200일 이동평균선, 재고순환지표 등이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투자/재테크에 뛰어들기 전에 이 책을 읽었어야 했다. 특히 나는 전체적인 자산 비중을 고려하기도 전에 개별 주식이 좋다고 산 적이 여러 번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좋지 않은 습관인 것을 알았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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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책을 사고 말았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