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 어른이 되는걸까

in #kr6 years ago

얼마전 친조카가 태어난지 벌써 1년이 되어, 돌잔치를 하게 되었다. 가족들만 불러서 하는 소규모 돌잔치였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선물만 준비해서 약속된 장소에 도착했다. 늦으면 실례일 것 같아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나의 부모님, 새언니의 외할머니, 부모님, 오빠와 아내가 속속들이 도착하면서, 가족들만 하는 돌잔치는 상견례만큼이나 어색한 자리라는걸 알게 되었고, 점점 흔들거리는 나의 동공을 잡아줄 사람은 남편밖에 없었다. 이 분위기를 잡아줄 오빠와 새언니는 조카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가 임신한 상태여서, 다들 할 말이 그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임신 축하를 하고, 몇주차인지, 딸인지 아들인지 등 얕은 대화를 간신히 이어나갔다. 혹여나 말실수라도 해서 오빠나 부모님에게 해가 될까,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고 그저 억지웃음을 지으며 불편한 자리가 빨리 끝나기만을 빌 뿐이었다.

드디어, 돌잔치 행사가 시작되었다. 파티플래너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뻘쭘한 분위기 속에서, 어르신들에게 생일축하노래를 시켜야하니 말이다. 여러 행사가 지나고, 드디어 하이라이트 돌잡이 행사. 조카는 뭔가 집을 생각이 없어보였고, 당황한 오빠와 언니는 돈을 향해 '이게 뭐야~~?' 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옆에 앉아있던 엄마는 갑자기 흥분을 하며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크게 외치셨다.

"돈을 집어! 그래! 그거!"

그러나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조카는 당당하게 반짇고리를 집어 들었다. 엄마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자리에 앉아서는 돈을 안집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그리고나서야, 자신이 너무 크게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게 농담을 던졌다.

"너는 돌잔치때 돈만 올려놓아라. 상 위에 돈만 있으면 되지 뭐"

나는 엄마의 무리수 섞인 농담이 너무 부끄러웠다. 사돈이 앞에서 격식차리고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대놓고 꼭 돈 돈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었다. 물론 새언니 부모님과 할머니도 아마 속으로는 돈을 집길 원했겠지만.

솔직히 그 농담에 뭐라고 대꾸해야할 지 모르겠었다. 그래서 애매모호하게 '으으응' 하며 더이상 그 말을 하질 않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엄마는 그 농담을 가지고 몇 번을 더 이야기했고, 점점 나는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겨 엄마가말을 걸려고 나를 쳐다보는데 결국 못 본 척 하고야 말았다. 그 이후부터는, 엄마와 최소한의 대화만 하고 남편에게 거의 얼굴을 돌리고 있었던 것 같다.

집에 와서도, 엄마가 분위기 산통깨는 농담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민망했다고 남편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리고 엄마가 왜 그랬을까 주말 내내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너무 잘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가족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과 집안이다. 자신의 전문분야가 정확하게 있는 반면에, 언변에는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 나 또한 말솜씨가 좋지 못해 회사 면접 준비를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했어야했다. 너무 긴장하게 되면 내가 무슨 이야기를 내뱉는건지 아무말이나 던지는 머리가 텅 비어버리는 상태가 되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 또한 긴장했던 거였다.

그 날 아빠는 손녀딸에 정신이 팔린 손녀바라기 상태였고, 엄마는 돌잡이 때 아주 잠시 이성을 놓아버린 듯 했다. 그 이후에 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뭔가 말을 던졌던 것이다. 아마 그 농담은 도와달라는 메세지였을텐데, 나는 그것을 대차게 무시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졌다.

그저 웃으면서 '엄마, 돌잔치 안하는건 어때'라고 같이 농담으로 받아주면 될 일이었다. 아빠는 손녀딸이 걷는걸 보느라 밥먹는 것도 미루고 보고 있다보니, 엄마는 그 뻘쭘한 자리에서 말동무가 필요했을텐데. 얼마나 혼자서 외로웠을까. 나는 남편에게 회사보다 가족이 먼저라며 수도없이 강조했으면서, 내 체면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새 언니네 가족들을 살면서 몇번이나 더 본다고, 왜 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람을 챙기지 못했을까. 엄마가 아니라 친한 친구였다면, 기분은 좋지 않았더라도 예의를 갖춰서 대꾸를 해줬을텐데. 딸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도 매너가 없었다. 갑자기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난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구나 싶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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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 할게요~ 자주 소통해요잘 읽고 갑니다 @anysia

저도 항상 그래요
그래서 반성 반성하고 잘해드려야한다고 항상 생각해요

어른 시험이라도 있으면 편할까요?ㅎㅎ

언니
그렇지않아
엄마는 금새 또 잊었을꺼야
울지말구, 다음부턴 엄마곁에 있어주자

이제 배가 많이 나왔겠다. 언니

오랜만이야 찡 오랜만에 알림이 떴길래 들어왔오 ㅋㅋㅋ 배가 진짜 많이 나왔어!! ㅋㅋㅋㅋㅋ

언니 출산일이 언제야ㅋㅋㅋ

나도 둘째가졌어ㅋㅋㅋ
난 내년5월에 낳아

대박쓰!!! 꺄아 축하해!!!!!! 나 12월 말 예정 히히히히❤️

으어 같은해는 아니네
언니는 야무지게 잘 키울꺼같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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