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시가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주 디자인 제품 숍을 만나게 된다. 디자인 광장이라는 뜻의 디자인 토리엣은 매우 다양한 제품들을 모아 놓고 팔고 있는 체인점 형식의 숍이다. 스톡홀름 안에만 여덟 개의 매장이 있으므로 쉽게 찾아가 구경해볼 수 있다. 거창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조금 부담스럽다면, 이곳에서 스웨덴 디자인과 학생들 혹은 예비 디자이너들이 만든 적당한 가격의 톡톡 튀는 제품들을 가볍게 만나보자.
최고 인기제품이라는 페트병 마개는 페트병 하나도 그냥 버리기 싫어한다는 검소한 스웨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간파했다. 실용적이면서도 예쁘게 만들어놓은 옹골찬 아이템이다. 이곳의 디자인 제품들은 핀란드의 것보다 약간은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다. 극도의 절제미를 살짝 벗어놓고 조금 더 과감하게 표현한다. 특유의 컬러풀하면서도 지저분하지 않고, 명료하면서도 허전하지 않은 센스있는 패턴과 일러스트들이 가득한 접시나 컵받침들. 다들 ‘허허, 요것 봐라, 은근히 쓸모 있겠는데?’ 하게 되는 물건들이다. 손톱만 한 자석에서 부터 의자에 이르기까지, 나뭇가지에 앉은 새 모양의 옷걸이에서 부터 스톡홀름을 표현한 일러스트 작품집까지. 필요한 것에서 부터 필요 없는 것 까지 예쁜 것은 다 모아 놓은 디자인토리엣에서 가장 핫한 스웨덴 디자인의 흐름을 느껴볼 수 있다.
분위기 좋은 공원을 지나다가 통유리로 예쁘게 치장된 인포메이션 센터가 보이기에 뭘 좀 물어봐야 되겠다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그 안쪽으로 각종 부엌용품들과 인테리어 소품, 옷과 침구, 신발 등을 파는 매장이 있는 바람에 뭘 물어보려 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물건을 구경하느라 한 세월을 보냈다. 아니 왜 인포메이션 센터가 그런 곳에 있고 난리인지 모르겠다. 당연히 인포메이션 보다는 더 재미있는 것에 눈길이 가게 마련인데 말이다.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드는 레인부츠를 발견했는데, 기본적으로 속에 털이 들어가 있었다. 당연 그들에게는 우리 나라의 장마철 같은 덥고 눅눅한 날씨가 없는 대신 비가 오면 추우니까 필요한 기능일 것이다.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냥 사올 것을 그랬다. 겨울에라도 신게.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봤더니 두 배는 비싸게 수입해서 팔고 있다. 흥!!
스톡홀름의 이런저런 곳들을 보며 느낀 공통분모는 ‘상품화’를 아주 잘한 다는 것이다. 이케아 IKEA, H&M을 만들어서 온 세상에 뿌린 저력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재빠른 트렌드 분석, 적당한 품질로 생산이 가능한 디자인을 만들어내어 발 빠르게 팔아먹는 능력. 그것이 오늘날 스웨덴 디자인을 일단 누구든 접하 게만들고 있는 듯 하다. 그렇게 가까이 그들의 물건을 만나다보면 조금 더 비싸고 조금 더 좋은 디자인을 점점 찾게 되고 그때 짠! 하고 미리 준비된 고퀄리티의 것들을 마구 선보이며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이다.
대체로 편하게 수용할 만한, 깔끔하고 과하지 않으면서도 지루함은 배척하는 그들의 취향 또한 긴 겨울과 긴 밤을 집에서 궁리하며 만들어낸 라이프스타일의 결과물인가 보다. 독일 사람들은 우울한 날씨 때문에 철학을 발전시켰다는데, 북유럽 사람들은 우울한 날씨 덕분에 훌륭한 디자인을 갖게 되었으니 모든 일에는 반대 급부가 있긴 하다.
Design Torget 디자인 토리엣
스톡홀름 내 8개의 디자인 토리엣 매장이 있으므로 홈페이지에서 위치 확인
Open :: 월-금 10-19 / 토 10-17 / 일 12-17
Site :: www.designtorget.se
SWEDEN
우월한 자존심
북유럽처럼
본 포스팅은 2013년 출판된 북유럽처럼(절판)의 작가 중 한 명이 진행합니다.
아.. 글도 사진도 참 멋지네요! 북유럽.
감사합니다! 주말에 TES 모임때 뵀는데 인사드리려니 대표님 앞에 줄이 너무 길어 인사시간을 놓쳤습니다 ^^;;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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