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을 하자!
영어로 글쓰기를 하자고, 일단 하루에 한 두 단락이라도 써보자고 마음먹고 났더니 그 다음에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무엇을 쓸 것인가?
일기를 쓸 수도 있겠고, 소설을 쓸 수도, 수필을 쓸 수도 있다. 그런데 왠지 진짜로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영어 실력"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로 일기를 쓰려다 보면 내가 하고픈 말을 다 솔직히 적지 못할 거 같고, 소설이나 수필도 역시 내가 적고 싶은 "바로 그 문장"을 표현하지 못해서 힘들 것 같았다.
그렇다면 우선 뭐가 됐든 써보면서 "영어 실력"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낸 것이 "영어로 묘사하기" 연습을 해보자는 거였다. 전에 봤던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린 후, 그 상황을 소설로 옮긴다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글을 써보는 거다. 그러면 상황 묘사하는 법, 감정 표현하는 법,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법과 더불어 영어 표현력도 함께 연습할 수 있을 테니까.
상황묘사 연습 - 고백부부
전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고백부부"를 먼저 떠올렸다. 오해와 소통의 부재로 인해 서로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점점 멀어져가던 부부 장나라와 손호준. 울고불고, 싸우고, 이혼 얘기가 나오고. 그 후 장나라가 버스를 타고 가던 장면이 있다. 버스 창가에 멍하니 기대어 창밖을 보다가 손가락에서 결혼 반지를 꺼내어 창문 밖으로 떨어뜨리는 장면. (내 기억에 의존한 거라 정확한 장면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 그 장면을 한번 영어로 써보자. 소설처럼.
그런데 막상 그 장면을 묘사해보기로 결정하고 나서도 쉽게 글이 써지지 않았다. 무작정 버스 안을 묘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부부가 싸우고 이혼까지 마음먹은 이전 얘기를 모두 다 적을 수도 없다. 어떤 식으로 묘사하고, 어떤 식으로 함축해서 보여줘야 할까?
일단은 장나라가 쓸쓸하게 버스 창문에 기대어 앉은 모습만 묘사해보기로 했다. 그저 객관적은 사실만 묘사한다면 이렇게 될 것이다.
A woman is sitting on the seat, leaning her head against the bus window.
한 여자가 머리를 버스 창문에 기댄 채 자리에 앉아 있다.
이 문장만으로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슬픔과 허무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마치 아래 장면처럼. 아래 사진은 딱 그 장면은 아닌데, 저런 비슷한 형태로 버스 창가에 앉아 있었다. 손호준과의 이혼을 생각하면서.
그녀의 감정을 어떻게 묘사하면 좋을까? 나는 아래처럼 써봤다.
She put her head against the cold windowpane. It gently vibrated along the bus engine. Cars and lights were passing meaninglessly beside the window. She looked down on her left hand. The gold ring on the ring finger shone coldly as if it were a cuff, as if it were holding her back from being her best self. It reminded her of all sorts of things that she'd buried deep inside and pretended never exist. All the opportunities she’s lost, all the wonderful women she could have been, the meetings she should have attended, business trips she shouldn’t have postponed; The life she should have lived instead of this miserable one.
그녀는 차가운 창문에 머리를 기댔다. 버스 엔진과 함께 창문이 잔잔하게 흔들렸다. 아무 의미없는 자동차들, 불빛들이 창문 밖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자신의 왼손을 내려다 봤다. 넷째 손가락 위의 금반지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수갑처럼, 마치 그녀가 멋진 사람이 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처럼.
반지를 보고 있자니 그녀가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없는 척 했던 것들이 다 떠올랐다. 그녀가 잃어버렸던 기회들, 그녀가 될 수 있었던 멋진 여성, 그녀가 참석했어야 했던 회의들, 미루지 말았어야 했던 출장들. 이런 비참한 삶이 아니라, 그녀가 살았어야 했던 바로 그런 삶 말이다.
그녀의 모습에 대한 묘사는 버스 창문에 기대어 있다는 것, 왼손에 낀 결혼반지를 내려다 봤다는 것 뿐이다. 거기에 밤 시간이라는 것과 그녀의 멍한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cold, lights, passing meaninglessly 등의 단어를 써봤다. 또한 지금 손호준과 대판 싸우고 이혼을 결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결혼반지를 (좀 식상한 비유이긴 하지만) 수갑에 비유해봤다.
처음 시도한 것치고 그리 나쁘진 않은데, 너무 뻔하게 '수갑'에 비유한 게 맘에 걸린다. 수갑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족쇄? chains? shackles? leash? 아니면 그냥 있는 그대로 묘사를 해볼까?
참담할 그녀의 심정을 속수무책으로 바다에 가라앉는 모습에 비유를 해봤다.
It felt like a big rock tied to her feet, dragging her down, down, down toward the dark abyss in the sea of marriage.
그건 마치 결혼이라는 바다의 어두운 심연으로 그녀를 끌어내리는, 발에 묶인 큰 돌덩어리처럼 느껴졌다.
굳이 '수갑'이니, '족쇄'니, 이런 단어를 안 써도, 이런 묘사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비참한지, 얼마나 결혼생활이 힘든지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와.... 영어 소설 가능하시겠어요.
칭찬 고맙습니다. ^^
영어로 상황 및 심리 묘사하는 법 연습 중이에요.
근데 하나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결말까지 끌고 가는 건 또다른 문제라..
공부하고 연습할 게 많네요. ^^
한국말로도 쓰기 어려운 글을 영어로... 능력자이십니다. 친하게 지냅시다. ㅋㅋ
말이 되든 안되는 일단 내뱉어봐야 느는 것처럼, 쓰기도 자꾸 해봐야 늘 거 같아서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