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본성의 법칙]
“난 반전 매력이 있는 남자가 좋더라~”
“이를 테면?”
“냉정하고 무뚝뚝한 사람인 거 같았는데, 웃을 때 아이처럼 귀엽다든가. 의외로 따듯한 마음을 발견한다든가 하는 거 말이야.”
“그래, 매력있지. 반대면 어때? 따듯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어쩌다가 냉정한 말을 한다든지 하면? 그거도 반전 매력이잖아?”
“그건 아닌 거 같아.”
“도대체 왜 그런 거야? 상사도 마찬가지지 않아? 차갑고 무서운 상사가 어쩌다가 칭찬하거나 인간적인 배려를 해주면, 그 사람에 대한 충성심이 확~ 올라가는 반면에, 따듯하고 지지적인 상사가 어쩌다가 화를 내면 사람들이 ‘저 사람 저럴 줄 몰랐네’하면서 등 돌리잖아? 왜 그런 거야?”
“음, 최초의 기대값 세팅이 달라서 그런 게 아닐까?”
출장지에서 일을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서 동료와 나누게 된 대화는 여기서 멈췄다. 뭔가 그럴 듯한 심리학적인 이론들이 있을 법한 데 딱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럴 때 인간본성의 법칙을 사전처럼 찾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권력의 법칙’, ‘전쟁의 기술’과 같은 두꺼운 책으로 유명한(?) 로버트 그린이 <인간 본성의 법칙 The Laws of Human Nature>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9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 베개책이다. 심지어 사전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종이들에 비하면 얇다. 덕분에 무게는 좀 줄은 듯 하다. <인간 본성의 법칙>이라는 어마어마한 제목에 걸맞은 두께다. ‘이런 제목으로 책을 출간하려면, 900~1000페이지 정도는 되어줘야 하지 않나요?’ 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로버트 그린이 이야기하는 인간 본성이라는 게 뭘까? 호기심으로 책을 넘겨 보니, 총 18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소제목으로 보았을 때, 기존 심리학 서적에서도 접해보았을 법한 내용들도 있는가 하면, 이건 뭘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부분들도 있다.
책을 펼쳐드니, 서문부터 빨아들일 듯한 기세로,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뜻밖에 아주 야비하고 어이없는 일을 당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짜증내지 말라. 그냥 지식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라. 인간의 성격을 공부해가던 중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새로 하나 나타난 것뿐이다. 우연히 아주 특이한 광물 표본을 넣은 광물학자와 같은 태도를 취하라.”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는 말이다.
삶에서 다가오는 어떠한 것이든, 괴롭고 짜증내기를 선택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호기심으로 관찰하기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호기심을 갖기로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피해자에서 연구자로, 주도적인 주체성을 가진 관찰자로 심리적 위치 이동을 할 수 있다.
18개의 법칙들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를테면, 법칙 1 ‘비이성적 행동의 법칙’에서는 페라클레스의 성공과 그 뒤에 온 실수로 어떻게 아테나가 쇠락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법칙 3 ‘역할 놀이의 법칙’에서는 유명한 심리학자인 밀턴 에릭슨의 마술과 같은 심리 치유 능력이 어떻게 개발되었는가를 묘사하고 있다. 법칙 8 ‘자기훼방의 법칙’에서는 안톤 체호프의 일화를, 법칙 15 ‘변덕의 법칙’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치세를 이야기하듯 풀어 놓았다. 스토리들은 간략하지만, 작가의 입담으로 흥미롭게 잘 묘사되어 있었다.
이런 일화 소개 뒤에는 ‘해석’이라는 파트가 뒤를 잇는다.
앞서 제시한 스토리는 전반적인 사건의 맥락을 다루고 있다면, ‘해석’은 이 스토리를 작가적 추론을 활용한 해설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엘리자베스 여왕1세가 위태로운 왕권 앞에서 얼마나 전략적인 결정들을 했고, 그 이면에 있는 어떤 심리적 기제들로 인해서 그러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추론해 덧붙이고 있다.
이어 ‘인간 본성의 열쇠’라고 하는 소제목으로 일반적인 인간의 심리적 패턴을 설명하고 있다.
법칙 15 ‘변덕의 법칙’에서는 인간이 리더를 바라볼 때 느끼는 2가지 양면의 감정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위에 있는 자(부모든 권력자든)를 경외하면서 동시에 경멸하고, 존경하면서도 한편으로 시기한다는 것이다.
인간 본성이 이러하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각 챕터에서 스토리와 해석 그리고 인간 본성의 열쇠 이후에는 자기개발서처럼 다양한 솔루션들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법칙 15의 경우, 인간이 권력자에 대해서 변덕스러운 심리를 가지고 있다면, 리더는 어떻게 이 심리적 환경 속에서 기꺼이 따르게 만들 수 있는가를 말하고 있다. 일반적인 리더십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앞선 이야기들과 잘 연결된 이야기 고리들 덕에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로버트 그린이 설명하는 <인간 본성의 법칙>은 최근 10년 사이 쏟아지고 있는 인간의 한계와 편향을 다루는 심리 서적들과는 조금 성격이 다른 듯 하다.
여러 심리학적 실험들과 그 해석을 나열해 놓는 심리학 기반의 자기 개발서들과 역사적 인물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통한 통찰을 제공하는 자기 개발서 사이쯤 있는 책이다.
<인간 본성의 법칙>이라는 제목만큼이나 어마어마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인간을 단 한 권의 책으로 설명하기엔, 정말 다채롭지 않은가.
그러나, 심리 백과사전 마냥 찾아보기 형식으로 읽어도 재미를 찾을 수 있고, 그냥 이야기책을 읽듯이 흥미롭게 읽어도 인간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스토리와 해석들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내가 고민하는 그 언저리를 적절하게 긁어줄 지적 소양들이 가득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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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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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에 #zzan #book 으로 올려보세요^^ 스팀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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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녀님!
최근에 아파서 좀 늦게 찾아뵙니다 ㅠㅠ
안 그래도 마녀님 글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ㅎㅎ 혹시 문학 쪽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이 공모전에 참가해보시는 것을 고려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