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애초에 언어적 소통이 가능할지 조금 의문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자 적어봅니다.
제 생각에는 본 글은 이미 혐오 및 성대결의 관점에서 혐오와 성대결의 문제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초 커뮤에서는 종종 '일부 한남'이라는 한정적 수식어를 조롱조로 붙인다든지, '한남'은 한국남성의 준말에 지나지 않는다, 라는 딴청을 피우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외람되지만 저는 '일부' 김치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일베류의 궤변과, '김치녀'는 한국여성의 식습관에 대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식의 딴청 피우기에 대한 비판의 근거를 어디서 가져와야 할지 의문스럽습니다.
참고로 "여성 혐오에 대항하지 않은 당신에게 남성 혐오를 논할
발언권 따위는 없다"라는 주장은 마치 일베를 위시한 여성혐오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를 남성들이 하지 않았다는 것은 주장으로 읽혀 당혹스럽습니다. 실제로는 많은 남초 커뮤니티에서조차 일베가 타 커뮤니티에 여성, 전라도, 진보적 시민사회계층에 대한 혐오성 발언을 전염시킬 때 '극혐'하며 역으로 일베 게시판을 털러 원정을 간 일이 있었습니다. 메갈/워마드가 등장하기 한참 이전에 남녀 커뮤니티가 합세해서 일베를 턴 소위 '일베대첩'이라는 사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제 저작 <일베의 사상>과 <혐오의 미러링>에 실려 있습니다.
각설하고, 제가 볼 때 여성혐오가 사회(적어도 인터넷 일각)에 만연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심정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그것을 빌미로 젠더 이슈에 대해서 한쪽 성별의 발언권을 선험적으로 제약하는 성별 자격론을 가져오는 것은 비생산적입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젠더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안을 가로막는 언변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처음부터 남성혐오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우에노 치즈코의 주장도 페미니스트로서의 당파적인 주장일 뿐 오히려 그 주장이야말로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남성혐오는 남성혐오가 아니라고 외쳐도 남성혐오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남성혐오 속에서는 실제로 노인/장애인/어린이/빈곤층/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기제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성소수자 아웃팅과 같은 심각한 인권침해로 이어진 적이 있습니다(<포비아 페미니즘> 참조).
페미니스트들이 여성혐오 쪽이 논리적/시간적으로 더 우선하며 더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합니다만(그렇다고 해서 그 진단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는 혐오라는 현상을 아예 부정하는 것은 어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우에노 치즈코의 경우 여성에 대한 남성 측의 심리적 콤플렉스(성녀숭배, 여성편력, 문자 그대로의 여성혐오, etc) 전반을 싸잡아 여성혐오 혹은 미소지니라는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개념적 정의의 잣대를 고무줄처럼 늘리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그에 반해 오히려 여성혐오와 성차별이라는 개념을 논리적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나오미 울프 류의 페미니스트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여러 페미니즘 입장 중에서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유리한 사상가를 인용하면서 마치 자신의 주장이 완전무결하게 입증되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넷페미니즘 담론을 조우하다 보면 상당히 당혹스럽습니다.
이전에 썼던 답글은 제가 당신의 댓글을 너무 대충 읽어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여 지웠습니다.
답글을 달았을 때 너무 바쁜 일이 있었어가지고 좀 동문서답을 했던 것 같네요. 다음에 포스팅으로 제대로 된 답변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예의 바른 척 하는 태도를 취하신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아실거라고 믿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