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씨떼 섬의 버드나무가 그리워진다

in #essay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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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묻는다


 유럽에 인종차별이 그렇게 심하다던데 괜찮아? 조심해! 나는 말한다. 안심해. 유럽의 언론은 한국만큼 공포 조장을 일삼지 않는데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해질 정도로 나를 향한 시선이나 태도가 달라진 경위는 없어. 물론 마음속으로 인종차별 한번 안해본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나의 일상 바운더리속에 존재하는 이웃, 친구, 동료, 버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등은 동양인의 존재를 굳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결속시키지 않고, 또 그것이 당연한 듯 행동한다.


 파리에선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는 편이다 (파리에선 관광객을 제외한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듯) 중국과 물리적 거리가 있기 때문이고, 마스크를 쓰는 자체가 확진자의 뜻으로 비춰질 확률이 높아서일 것이다. 몇주 전 부터 아버지와 화상 전화를 걸면 주요 주제는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프랑스에 사는 딸을 둔 아버지라 그런지 평소보다 자주 근황을 물어보시고 유럽 관련 뉴스를 찾아본 후 내게 현지상황은 어떤지 확인하곤 한다. 빗발치는 오보와 언론의 공포확산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정부 대책은 어떠한지 늘 알고 있어라 당부를 남긴다.


 화면에 가득 차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나서도 걱정이 멈추질 않는 한 편, 빼앗긴 봄이 억울하다. 전화 한통으로 건강을 묻는 것만으로는 마음에 차지 않는 그리움이 차오른다. 코로나의 출현으로 많은 것들이 드러난 시간을 거쳤다. 봄이 다가오면서 모두가 느껴야 했을 자잘한 설렘들이 형체없는 공포에 덮혀버렸다.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들이 울고 있다.


 씨떼 섬 끝에 서있는 버드나무 두 그루 밑에 앉아 물의 흐름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은 생각이 많아지는 날에 종종 행하는 일이다. 셀 수 없는 사람들에게 파리의 구석구석을 소개해 왔지만 이곳 만큼은 유일하게 혼자 찾는 작은 쉼터. 씨떼섬을 찾은 오늘 따라 물에 반사되는 햇빛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한참을 가만히 앉아서 바라본다.


 큰 나무들 잎새들은 노랗게 물들어 떨어질 날만, 다시 또 꽃피우고 푸르게 잎을 피워낼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바이러스, 음모, 폭력, 죽어가는 북극곰, 수류탄을 든 사람들... 그 경계에 서서 쉬지 않고 꽃을 피우는 꽃들이 있다. 상상은 자유니,마음껏 펼쳐본다. 지구가 온통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로 가득 찬다면 이 모든 것이 끝이 날까. 사람들의 손끝에도, 북극곰이 사는 땅에도, 퍼진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몸 위에도 꽃이 가득 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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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평화롭군요~ 담달에 가족여행을 갈텐데 무사히 갈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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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지는 않죠.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는 제 마음에 평화를 바라는 글이 된것 같습니다. 가족여행 오시는군요. ^^ 걱정 마시고 즐겁게 준비하시길 바라요.

그래도 마스크는 미리 조금 준비해 두세요.

프랑스 정부는 마스크의 비축분과 생산분을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고, 의사의 처방을 받은 환자에게만 동 마스크를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지켜달라고 하는 동시 일반인의 경우 마스크는 필요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듯 합니다.

그렇군요. 우리도 좀 수그러들어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