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zen25 (54)in #kr • 5 years ago[월드 크루즈 투어] 바다를 관찰하는 나날들첫 배를 타고 3일까지는 육지에 닿지 않은 채 계속 바다에 머물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바다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일상이 된다. 매일 매일 바다는 색이 다르고 변덕스럽다. 상하이에서 홍콩을 가는 내내 하늘은 계속 흐렸는데 바다 역시 하늘 빛을 닮아 내내 칙칙했다. 100톤이나 되는 큰 배가 물살을 가르며 세차게…zenzen25 (54)in #kr • 5 years ago[월드 크루즈 투어] 도박사에게는 철칙이 있다.번쩍거리는 불빛을 쏟아내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슬롯머신, 머리를 깔끔하게 넘기고 흰셔츠에 번들거리는 조끼를 입고 능숙하게 게임을 리드하는 딜러,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각종 칵테일, 크루즈 내부의 카지노는 영화 속에 나오는 화려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사이즈는 작으며 퇴폐적인 느낌은 없다.…zenzen25 (54)in #tripsteem • 5 years ago[월드 크루즈 투어] 심심할 틈 없는 하루하루마지막으로 탔던 배 msc의 선상 신문 매일 저녁 선상신문이 배달된다. 선상 신문은 선내 정보, 기항지 정보, 날씨, 다음 날의 프로그램 등의 정보를 담은 신문이다. 내일은 과연 무슨 재미난 프로그램이 있을까 싶어 늘 이 신문을 목을 빼고 기다렸다. 첫날 신문을 보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을…zenzen25 (54)in #tripsteem • 5 years ago[월드 크루즈 투어] 오늘의 가난은 어제 한 여행의 값랄레는 내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었다. 포대자루 같은 히피풍의 옷을 입고 스카프를 뒤집어쓴 채 흐느적거리며 다가와 말을 건 랄레의 첫인상은 굉장히 강렬했다. “나는 배에서 젊은 사람들을 찾고 있어. 너 여기 스태프야? 아니면 승객이야?” 이 전에 다른 배에서도 종종 들었던 질문이다. 젊은…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월드 크루즈 투어] 우리들의 행복한 테이블크루즈에서 사람들과 가장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은 저녁 정찬 때이다. 보통 부부나 연인, 친구 등 동행이 있으면 동행하고만 앉게끔 자리를 지정해주는데, 오붓한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그냥 그대로 저녁을 먹으면 된다. 하지만 나처럼 혼자 크루즈를 타거나, 동행이 있지만 많은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면 합석 테이블을…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어느 애주가의 기록, 헝가리 팔링카부다페스트에 있은 지 어느덧 12일째. 헝가리의 전통술 팔링카를 마시려고 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오늘은 꼭 마셔보겠다 마음을 먹고 요리조리 시내를 누비다 팔링카를 저렴하게 파는 작은 바를 찾았다. 금발 머리를 높이 묶고 뿔테 안경에 링 귀걸이를 한 여주인은 나를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첫 잔으로 사과…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위즈덤 레이스] 크레타섬 하니아, 그곳엔 조르바가 있다 2베네치아 항구의 풍경, 보정을 하지 않은 그대로의 하늘과 바다 색이다. 파도가 철썩이는 베네치아 항구를 옆에 두고 걷는데 나는 자꾸만 어지러웠다. 전정기관이 고장 난 것처럼 균형을 잡을 수 없었다. 분명히 난 두 발을 땅에 디디고 똑바로 걸어가고 있었지만 땅이 바다처럼 일렁이는 느낌에 심한 멀미가 밀려왔다. 처음…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위즈덤 레이스] 크레타섬 하니아, 그곳엔 조르바가 있다 1그리스에 도착하고부터는 쭉 조르바 생각을 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늘 읽고 싶었지만 잘 읽히지 않아 늘 두 서장만 읽고 책장 깊숙이 꽂아 두었던 책이다. 올해 초 대학 동기와 후배들과 함께하는 독서 모임에서 내가 이 책을 읽자고 한 것은 밀린 숙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너무도 묵은 짐이어서 한시바삐 털어버리고…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월드 크루즈 투어] 로맨스가 필요해셀러브리티의 11층 리플렉션 바는 매일 밤 클럽으로 변신한다. 춤추고 술 마시는 데에 빠질 수는 없기에 배에 탄 다음 날 혼자 쭈뼛쭈뼛 바에 올라가 봤다. 바가 클럽으로 변신하기 직전 퀴즈가 한 창 진행 중이었다. 사람들이 가득 차 있어서 자리라고는 구석에 혼자 앉은 여자의 맞은편 자리만이 남아 있었다. “여기에…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월드 크루즈 투어] 셀러브리티 크루즈를 소개합니다.셀러브리티 컨스틸레이션 크루즈 안에서 의욕적으로 자주 가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가지 못한 곳은 10층의 헬스장이다. 2주간 고작 3번을 운동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바다가 보이는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는 건 색다른 즐거움이다. 온몸에 땀이 흠뻑 젖을 때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면 푸른 바다가 청량감을 선사한다.…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월드 크루즈 투어] 마이 시크릿 플레이스상하이에서 출발해 싱가포르까지 가는 셀러브리티 컨스틸레이션호는 굉장히 오래된 배이다. 여행사나 선사들에서는 늘 ‘새로 만든 배’를 앞세워서 판매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만든 배일수록 시설이 믿기 힘들 만큼 ‘혁신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만들어진 크루즈들은 ‘놀이동산’을 배 안으로 옮겨왔다고 비유 할…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지구는 둥글다, 서쪽으로 가자2월 3일 상하이를 출발하여 3월 31일 스페인 말라가에 도착했다. 피치 못하게 싱가포르에서 두바이로 단 한 번 비행기를 탄 것을 빼고는 총 4번 41일간 배를 타고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항해했다. 누웠다 잠에서 깨면 대부분 나라가 바뀌어있었고 시간이 딜레이되는 걸 몸소 느끼며 바다를 떠다녔는데 시간은 한 시간 한 시간…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월드 크루즈 투어] DAY 1항구와 배를 잇기 위해 설치된 출구를 갱웨이라 부른다. 보통 출도착 항구에서의 갱웨이는 길고 투명한 구름다리이고 기항지에서는 육지와 배를 작은 사다리로 바로 연결한다. 상하이 바오산 항구에서 임시로 만들어진 꼬불꼬불한 구름다리를 건너니 클로즈업된 배의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 볼 때는 거대하고 웅장한 하나의 완성된…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월드 크루즈 투어] 인투더크루즈홀올해 들어 처음으로 비가 유난히도 오던 새벽. 나는 캐리어 하나를 끌고 분홍색 숄더 백과 가방을 엑스자로 메고 공항으로 향했다. 고작 마을버스를 타러 5분 정도를 걸어 나갔을 뿐인데 캐리어는 흠뻑 젖고 말았다. 비를 머금은 휴지처럼 나는 축축 처져있었다. -가슴이 울렁이고 자꾸 초조해지며 우울하다. -몸도 마음도…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월드 크루즈 투어] 혼자 크루즈 여행을 하는 방법나는 동행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각종 여행 카페에 글을 올렸다. 절박함과 막연함이 뒤 섞인 공고였는데 길 가다 아무데나 ‘사람 구함’이라는 벽보를 붙이고 무작정 기다리는 꼴이었다. 동행을 구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내가 흥미 있어 하고 타려고 하는 여러 구간을 광범위하게 알렸고 룸 셰어 개념이라 생각하니 남녀도…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어쨌든, 순항 중상하이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는 첫 번째 배에 오른 지 벌써 9일 째. 홍콩, 다낭을 거쳐 여정의 절반을 넘기고 지금은 호치민에 있다. 어쨌든, 무사히 아시아를 순항 중이다. 배 안에서 이런저런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쓰고 있으나 엉성하게 쌓여있어 하나의 글로 엮어내서 올리려면 시간이 걸릴 듯 하다. 내가…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월드 크루즈 투어] 혼자 가면 두 배라고요?크루즈로 세계 일주를 해보자! 호기롭게 결정했지만, 생각만큼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뭐 모든 일이 늘 그렇지만. 먼저 부족한 자금을 구하기 위해 제안서를 써서 몇몇 기업에 보내봤는데 깜깜무소식이었다. 한 업체에서 검토 중이라며 SNS 주소를 묻기에 가진 거 없이 약을 팔아 봤지만 뭐 통할 리가 있나. 하지만 역으로…zenzen25 (54)in #kr • 6 years ago가을에 만난 교오토 춘자와 겨울에 배달된 아오모리 춘자늦은 가을 교토에서 봄의 아이, 춘자를 만났다. 갓 태어난 춘자는 수줍었지만 자기의 이야기를 조곤조곤하는 아이였다. 춘자는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사람 하나 하나에게 소소한 선물을 골라서 주곤 했는데 교오토호에서 난 에코백과 연필을 받았다. 붉은색이 포인트로 들어간 에코백은 붉은색 긴 치마를 입고 교토 패피인척 하던…zenzen25 (54)in #tripsteem • 6 years ago[크루즈 투어] 프롤로그, 새로운 국경을 찾아서.[크루즈 투어] 프롤로그, 새로운 국경을 찾아서. 나는 늘 국경을 꿈꿨다. 말하자면 땅에 두 발 디디고 서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살포시 넘나들 수 있는 자유와 융통성 같은 것들을 동경했다. 한 걸음 껑충 내딛는 사이에 국가가 바뀌는 경험은 아무리 여러 번 반복해도 설레고 묘한 일이다. 대학교 때 유럽여행을 시작으로…zenzen25 (54)in #kr • 6 years ago커티샥을 마시고 서쪽으로, 과거로 (feat. 1Q84)'커티샥' '커티샥샥' '커티샥샥샥' 혀가 말리면서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이 간지럽고 발음이 귀여워 자꾸 ‘샥’을 반복해 말하고 싶어만 진다. 샥샥샥을 반복하다 보니 화려한 깃털 꼬리를 가진 화살이 어디론가 날아가는 이미지가 머리에 둥실 떠오른다. 커티샥. 유명한 술이다. 위스키 입문한 지 어느덧 6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