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를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최은영 작가의 신작,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었다.
어떤 시간은 삶을 위해 부서지기도 한다. 흩어지는 건 아픈 기억일까 덜 아픈 기억일까, 궁금했다. 어떤 것이든, 시간을 밀며 걷는 데 필요하다면 됐다고 여겼다. 그건 흉터가 되기도 하고 추억이 되기도 한다. 그 사이의 많은 것들은 어떻게 남겨져 있을까.
무해한 노랑을 읽으면서, 부서진 혹은 부숴버린 시간들이 떠올랐다. 또렷하거나 간헐적으로. 그래서 자주 무해의 바깥으로 고개를 들어야 했다. 친구 사이, 연인 사이, 그리고 그 사이의 관계들. 그들의 기억이 겹쳐지기도 했고 조각난 것들이 기억으로 자리를 찾아가기도 했다. 견디기 위해 부순 많은 것들이, 특히 그랬다.
연갈색 머리였던 학창시절엔 학년이 바뀔 때마다 머리색 때문에 고생했고, 마지막 연애가 끝난 후 상대에게 구질하게 매달렸고, 그 이후 무너져버린 삶은 지금껏 폐허인 채로 남겨져 있고, 마음을 다해 대하는 이들애게 이용당했다는 걸 늘 뒤늦게 알아 상처도 한 박자 늦게 받고, 혹여 누가 내게 좋은 마음을 가질까봐 두려워 숨거나 못나게 굴었다. 그런 일들 틈에 깊게 숨겨놓은 속내가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싶을 만큼 적확하게.
플래그를 많이 붙였지만 그건 좋아서가 아니라, 아파서였다. 뻐근해서, 먹먹해서, 아릿해서. 하나씩 늘어가는 타투 같은 느낌으로. 무해한 노랑 안에 있는 시간이 힘겨우면서도 좋았던 건, 매일 삶을 그만두고 싶으면서도 견뎌가는 것과 같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어떤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봐줄까, 그들의 마음은 어떤 문장에 실리게 될까. 남겨진 여운은 그 기대가 될 것 같다.
이 책의 책갈피
p121
어른이 되고 나서도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나는 그런 노력이 어떤 덕성도 아니며 그저 덜 상처받고 싶어 택한 비겁함은 아닐지 의심했다. 어린 시절,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습관이자 관성이 되어 계속 작동하는 것 아닐까. 속이 깊다거나 어른스럽다는 말은 적당하지 않았다. 이해라는 것, 그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택한 방법이었으니까.
p181
절대로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 그것이 나의 독선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나를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게 했다. 어느 시점부터는 도무지 사람에게 다가갈 수가 없어 멀리서 맴돌기만 했다. 나의 인력으로 행여 누군가를 끌어들이게 될까봐 두려워 뒤로 걸었다.
알고 있는데도,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완전함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함 때문에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의 몸은 그렇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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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네감사합니다^^
재미날 것 같습니다.
읽어봐야겠어요.
시간날 때 읽어보세요^^
한 번 읽어 보고 싶은 책이네요.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